AI 도입의 성패는 일자리 총량이 아니라 전환 속도에 달렸다

AI가 일자리를 몇 개 없애느냐보다, 밀려난 사람이 얼마나 빨리 다음 자리로 옮겨가느냐가 관건이다.

논설위원실기자
입력 2026.07.16 08:31 · 수정 22:54· 조회 1,864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얼마나 없앨 것인가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이 질문은 애초에 답을 얻기 어렵고, 얻는다 해도 정책적으로 쓸모가 적다. 기술이 바꾸는 것은 일자리의 총량이 아니라 일자리의 구성이며,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그 구성이 바뀌는 속도에서 발생한다.

국내 300인 이상 기업의 생성형 AI 도입률은 2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직무 전환 교육을 제도로 운영한 기업은 전체의 20%에도 못 미친다. 도입은 분기 단위로 이뤄지는데 사람의 전환은 연 단위로도 벅차다. 이 시차가 곧 실직이고, 소득 단절이며, 경력의 붕괴다.

과거의 기술 전환은 세대 교체 속도에 맞춰 진행됐다. 한 세대가 은퇴하는 동안 다음 세대가 새 기술을 배워 들어왔고, 사회는 그 완충 덕분에 충격을 흡수했다. 지금은 다르다. 40대 중반의 사무직이 자기 경력의 절반을 남겨둔 채 직무의 근거를 잃는 일이 실시간으로 벌어진다.

따라서 정책의 초점은 도입 억제가 아니라 전환 지원에 놓여야 한다. 재직자 훈련 예산을 실직 이후가 아니라 도입 시점에 투입하고, 훈련 기간의 소득을 보전하며, 기업이 인력을 줄일 때 전환 계획을 함께 내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실직 뒤에 주는 3개월 교육은 이미 늦은 처방이다.

기술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속도를 조율할 수는 있다. 몇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지 세는 대신, 한 사람이 다음 자리로 옮겨가는 데 몇 달이 걸리는지를 정책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 그 숫자를 줄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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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 기자 · 오피니언부에서 취재합니다.기자 구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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