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에어컨을 껐다…기후 기획전 ‘더운 방’ 논쟁 속 흥행
전시실 냉방을 최소화한 기후 주제 기획전 ‘더운 방’이 화제다. 불편을 감수하는 전시라는 평가와 안전 우려가 함께 나온다.
입력 2026.07.11 18:39 · 수정 03:18· 조회 24,013
한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더운 방’이 개막 3주 만에 관람객 4만 명을 넘겼다. 전시의 핵심은 작품이 아니라 온도다. 미술관은 4개 전시실 가운데 두 곳의 냉방을 최소한으로 유지해 실내 온도를 29~31도로 두고 있다.
전시는 기후 위기를 다룬 회화·설치·영상 작품 60여 점으로 구성됐다. 관람객은 첫 번째 방에서 22도의 서늘한 공기를 느낀 뒤, 복도를 지나 30도의 전시실로 들어선다. 마지막 방에는 도시 냉방 장치의 실외기 소리를 채집한 사운드 설치 작품이 놓였다. 안내문에는 “이 방의 온도는 작품의 일부”라고 적혀 있다.
반응은 갈린다. 관람 후기에는 “20분 만에 땀이 났지만 그 20분이 전시 전체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글과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관객을 시험하는 것 아니냐”는 글이 함께 올라온다. 미술관은 고령 관람객과 어린이를 위해 냉방이 유지되는 우회 동선과 휴게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고, 전시실마다 온도계와 안내 인력을 배치했다.
기획을 맡은 미술관 학예 담당자는 “기후 이야기를 시원한 방에서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했다”며 “불편을 강요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가 무엇에 기대어 여름을 견디는지 잠깐 느껴 보자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미술계에서는 체험을 전면에 내세운 전시가 늘어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한 전시기획 연구자는 “관람객의 몸을 전시 조건에 넣는 방식은 강력하지만 위험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며 “안전 기준을 명확히 세운다면 유효한 실험”이라고 평했다. 전시는 9월 초까지 이어지며, 하반기 두 개 지역 미술관 순회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