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대응기금, 건물이 아니라 사람에게 써야 한다

해마다 1조원이 지방소멸 대응에 투입되지만 상당액이 건물로 남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설이 아니라 일자리와 돌봄이다.

정유진기자
입력 2026.07.11 08:43 · 수정 22:54· 조회 1,392

지방소멸대응기금이 도입된 지 몇 해가 지났다. 해마다 1조원 안팎이 인구감소지역 89곳에 배분되고 있지만, 해당 지역의 인구 곡선은 여전히 아래를 향한다.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용처의 문제다.

기금 집행 내역을 들여다보면 문화복합센터, 청년창업지원센터, 관광 거점시설 같은 건축 사업의 비중이 두드러진다. 건물은 준공식을 열 수 있고, 사진이 남고, 성과보고서에 쓸 수 있다. 그러나 지어놓고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주 3일만 문을 여는 시설이 적지 않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 시설을 늘리는 일은 미래의 유지비를 늘리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떠나는 이유는 시설이 없어서가 아니다. 일자리가 없고, 아이를 낳으면 소아과가 없고, 부모가 아프면 돌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인구감소지역의 상당수에는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하나도 없다. 이 조건에서 아무리 멋진 청년센터를 지어도 청년은 오지 않는다.

기금의 무게중심을 운영비와 인건비로 옮겨야 한다. 지역 의료인력의 정착 수당, 돌봄 인력의 상시 고용, 지역 기업의 임금 보조처럼 사람에게 직접 가는 지출이 그것이다. 건축비는 한 번 쓰면 끝나지만 사람에게 쓴 돈은 그 지역에서 다시 소비되고 순환한다.

소멸을 막겠다는 표현부터 재고할 필요가 있다. 모든 지역을 성장 궤도로 되돌리는 것은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 인구가 줄어든 상태에서도 병원에 갈 수 있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조건을 유지하는 것, 즉 품위 있는 축소를 설계하는 일이 지금의 과제다. 그 설계에 필요한 것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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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기자 · 오피니언부에서 취재합니다.기자 구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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