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이다

규제의 방향보다 시급한 것은 기준의 명확성이다. 무엇이 금지되는지 알 수 없는 규제는 시장을 위축시킬 뿐 아무도 보호하지 못한다.

정유진기자
입력 2026.07.17 14:24 · 수정 06:06· 조회 896
플랫폼 규제,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이다
▲ 오피니언 관련 자료사진

플랫폼 규제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자사 서비스 우대, 입점업체 수수료, 알고리즘 공개까지 논점은 넓고 이해관계는 첨예하다. 규제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소수 사업자가 거래 조건을 사실상 결정하는 시장에서 사후적 경쟁법만으로는 대응이 늦다는 것은 여러 나라의 경험이 보여준 바다.

문제는 방식이다. 지금 논의되는 안들은 규제의 대상과 강도를 정하는 데 집중돼 있지만, 정작 사업자가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사전에 알 수 있게 하는 장치는 얇다. '부당한 차별 취급 금지' 같은 조항은 선언으로는 명료해도 실무에서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검색 결과 배열이 어디까지 편집의 자유이고 어디부터 자사 우대인지, 기준 없이 사후에 판정하겠다는 것은 규제가 아니라 불확실성이다.

예측 가능성이 없는 규제의 비용은 큰 사업자가 아니라 작은 사업자가 치른다. 법무 조직을 갖춘 곳은 회색지대를 감당하며 사업을 이어가지만, 그렇지 못한 후발 주자는 아예 시도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규제로 경쟁을 살리려다 진입을 막는 역설이 여기서 생긴다. 실제로 유럽에서 사전규제를 도입한 뒤 나온 평가도 규범의 강도보다 지침의 구체성이 준수 수준을 갈랐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따라서 입법이 서둘러야 할 것은 처벌 조항이 아니라 해석 기준이다. 금지 행위별로 구체적 사례와 예외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법 시행 전에 내놓고, 사업자가 사전에 유권해석을 구할 수 있는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규제 기관이 판단을 축적해 공개하는 것도 필수다. 기준은 쌓여야 기준이 된다.

덧붙여, 규제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플랫폼 규제는 특정 기업을 작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거래 조건이 일방적으로 결정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목표가 흐려지면 수단은 반드시 과잉으로 흐른다.

시장은 규제가 있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두려운 것은 규칙이 언제 어떻게 적용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국회와 정부가 남은 논의에서 확보해야 할 것은 더 센 조항이 아니라 더 읽히는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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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기자 · 오피니언부에서 취재합니다.기자 구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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