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반납만 권할 일이 아니다…고령자 '이동권'이 먼저다
면허를 내려놓으라고 말하기 전에, 면허 없이도 병원과 시장에 갈 수 있는 길을 먼저 놓아야 한다.
입력 2026.07.22 06:18 · 수정 06:18· 조회 0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가 55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교통사고 가운데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의 비중은 22%로 10년 새 두 배가 됐다. 그러나 지난해 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자는 대상자의 2.4%에 그쳤다. 해마다 반납 캠페인이 되풀이되는데도 숫자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캠페인이 아니라 전제가 틀렸다고 보는 편이 옳다.
반납이 저조한 이유는 단순하다. 면허를 놓는 순간 생활이 멈추기 때문이다. 남부의 한 군 지역은 마을 버스가 하루 네 차례만 다니고, 읍내 병원까지 편도 1시간 20분이 걸린다. 이런 곳에서 자동차는 취미가 아니라 병원과 시장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다. 반납 대가로 지급되는 10만 원짜리 지역상품권 한 번으로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해법은 두 갈래로 가야 한다. 하나는 나이가 아니라 능력을 보는 자격 관리다. 인지·시야 검사 결과에 따라 야간 운전이나 고속도로 주행만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를 도입하면, 위험은 줄이면서 이동은 남길 수 있다. 일률적인 연령 기준은 멀쩡한 운전자의 발을 묶고, 정작 위험한 운전자는 걸러내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대체 수단이다. 한 광역단체가 지난해 시범 도입한 수요응답형 버스는 호출 뒤 평균 18분 만에 도착했고, 도입 지역의 면허 반납률은 이전보다 세 배로 뛰었다. 반납을 설득한 것은 상품권이 아니라 '안 몰아도 갈 수 있다'는 경험이었다. 이 버스의 연간 운영비는 노선 하나당 2억 원 남짓으로, 고령 운전자 사고 한 건에 드는 사회적 비용에 견주면 결코 비싸지 않다.
운전면허는 노년에 마지막까지 남는 자율성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것을 거두려면 대신 내놓을 것이 있어야 한다. 이동권을 먼저 보장하지 않는 반납 정책은, 안전을 명분으로 고립을 권하는 일이 되기 쉽다. 순서를 바로잡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