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력망이 재생에너지 발목 잡는다…'계통 투자' 더 미룰 수 없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빠르게 늘었지만 송전망 부족으로 멀쩡한 전기를 버리는 출력제어가 급증하고 있다. 계통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논설위원실기자
입력 2026.07.23 06:06 · 수정 06:06· 조회 0
[사설] 전력망이 재생에너지 발목 잡는다…'계통 투자' 더 미룰 수 없다
▲ 노을을 배경으로 늘어선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패널

햇빛과 바람으로 만든 전기를 멀쩡히 버리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남부 지역과 일부 도서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날 송전 용량이 모자라, 발전기를 강제로 멈추는 '출력제어'가 잦아졌다. 지난해 이런 출력제어 횟수는 전년보다 크게 늘어, 버려진 전력만 수백 기가와트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애써 지은 발전 설비를 놀리는 셈이니, 이는 명백한 국가적 낭비다.

문제의 뿌리는 발전은 빨리 늘었는데 이를 실어 나를 전력망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데 있다. 태양광·풍력은 바람 좋고 볕 좋은 지역에 몰리기 마련인데, 정작 전기를 많이 쓰는 대도시와 산업단지는 멀리 떨어져 있다. 그 사이를 잇는 송전선로와 변전소가 부족하니 병목이 생긴다. 발전 허가는 내주면서 전력망 계획은 뒤로 미뤄 온 그동안의 관행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전력망 확충이 더딘 데는 이유가 있다. 송전탑과 변전소는 어디에 짓든 주민 반발을 부르는 대표적 기피시설이고, 계획부터 준공까지 통상 10년 안팎이 걸린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재생에너지 목표만 높이 잡아 놓고 이를 받아 줄 그릇을 마련하지 않으면, 탄소중립도 전력 공급 안정도 공염불에 그친다.

해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송전망 건설을 단순한 토목사업이 아니라 국가 기간 인프라로 보고 투자와 절차를 앞당겨야 한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 보상과 지중화 확대, 인허가 기간 단축이 함께 가야 한다. 아울러 남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쓰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요를 분산하는 지능형 전력망 투자도 서둘러야 한다.

전기를 버리면서 다른 한편에서 발전소를 더 짓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발전 설비를 늘리는 일만이 아니라, 만든 전기를 제때 실어 나를 '길'을 놓는 일이다. 계통 투자는 더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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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 기자 · 오피니언부에서 취재합니다.기자 구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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