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년 연장 논의, '계속고용' 설계부터 정교하게

정년 연장 논의가 다시 불붙었지만 임금체계 개편 없는 일률적 연장은 청년 채용을 밀어낸다. 계속고용의 형태와 속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정유진기자
입력 2026.07.24 02:04 · 수정 02:04· 조회 0
[사설] 정년 연장 논의, '계속고용' 설계부터 정교하게
▲ 제조업 작업장에서 부품 조립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정년 연장 논의가 다시 공론장에 올랐다. 60세 정년이 법제화된 지 10년이 넘었고, 그사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를 넘어섰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단계적으로 63세로 올라가면서 퇴직과 연금 사이의 소득 공백은 이미 현실이 됐다. 논의 자체를 미룰 이유는 없다.

그러나 방법이 문제다. 일률적인 법정 정년 연장은 연공형 임금체계와 결합할 때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급격히 키운다. 근속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구조에서 정년만 늘리면, 늘어난 비용은 결국 신규 채용 축소로 전가되기 쉽다. 청년층 체감 실업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키우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해법은 '계속고용'의 형태를 다양화하는 데 있다. 정년 이후 재고용, 직무 전환, 단축 근무 등 선택지를 넓히고 임금은 직무와 성과에 연동하는 방식이다. 이미 상당수 대기업이 노사 합의로 재고용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정작 고령 노동자가 몰려 있는 중소 사업장과 비정규직에는 이런 제도가 닿지 않는다. 제도 설계의 초점은 그쪽에 맞춰져야 한다.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 사업장 규모별로 적용 시점을 나누고, 임금체계 개편을 병행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다. 무엇보다 노사가 합의할 시간과 정보를 충분히 주어야 한다. 법이 먼저 선을 긋고 현장이 뒤따르는 방식은 지난 10년간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오래 일할 수 있는 사회는 고령화 시대의 선택이 아니라 전제다. 다만 그 전제를 지탱하는 것은 선언이 아니라 임금·직무·연금을 함께 맞물린 설계다. 이번 논의가 숫자 하나를 바꾸는 데서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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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기자 · 오피니언부에서 취재합니다.기자 구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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