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병 파산' 더는 방치 말라…돌봄, 가족만의 몫 아니다

간병비가 가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돌봄을 가족의 사적 책임으로 남겨둔 구조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정유진기자
입력 2026.07.24 04:31 · 수정 04:31· 조회 0
[사설] '간병 파산' 더는 방치 말라…돌봄, 가족만의 몫 아니다
▲ 돌봄 종사자가 어르신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간병이 개인과 가정을 무너뜨리는 위험으로 자리 잡았다. 65세 이상 인구는 이미 전체의 20%를 넘어섰고, 일상적인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100만명대에 이른다. 그런데 이 부담의 대부분은 여전히 가족이 사적으로 떠안고 있다.

먼저 비용이 문제다. 요양병원 입원과 간병인 고용이 겹치면 월 부담이 300만~400만원에 이른다는 조사가 반복해서 나온다. 간병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대표적 사각지대여서 고스란히 가계 지출로 남는다. 중산층 가정도 2~3년이면 노후자금이 바닥나는 구조이고, '간병 파산'이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더 큰 손실은 사람이다. 부모를 돌보려 일을 그만두는 이른바 간병 퇴직은 40~50대에 집중된다. 한창 일할 세대가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면 가계 소득이 끊기고, 사회 전체로는 숙련 인력이 사라진다. 돌봄을 개인에게 떠넘긴 대가를 결국 사회가 더 비싸게 치르는 셈이다.

방향은 분명하다. 간병비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고, 요양병원 간병을 병원이 책임지는 통합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 재정이 부담이라면 중증 환자부터 좁게 시작하되, 시작 자체를 미뤄서는 안 된다. 시범사업만 몇 년째 되풀이하는 것은 대책이 아니다.

돌봄 인력의 처우도 함께 풀어야 한다. 간병 인력의 고령화와 낮은 임금을 그대로 두면 제도를 만들어도 정작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 자격과 교육 체계를 정비하고 합당한 보상을 보장해야 서비스의 질이 따라온다.

간병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지금 설계하지 않으면 몇 년 뒤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르고도 우리는 같은 자리에 서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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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기자 · 오피니언부에서 취재합니다.기자 구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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