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만드는 것'에서 '쌓아두는 것'으로…ESS 수출 2배 뛰었다
상반기 에너지저장장치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를 넘어섰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밀린 배터리 업계가 전력망용 저장장치로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입력 2026.07.24 08:03 · 수정 08:03· 조회 0

국내 배터리 업계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ESS용 배터리 수출액은 34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증가했다. 전체 배터리 수출에서 ESS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11%에서 올해 24%로 뛰었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증가세가 꺾인 것이 배경이다. 같은 기간 전기차용 배터리 수출은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각국이 태양광·풍력 발전을 늘리면서 발전량 변동을 흡수할 대형 저장장치 수요가 급증했다. 지난해 세계 신규 ESS 설치 용량은 전년 대비 6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업체들도 생산라인 전환에 나섰다. 청람배터리는 충북 공장의 전기차용 라인 2개를 ESS 전용으로 바꾸는 데 42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소재업체 대성화학도 ESS에 주로 쓰이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생산능력을 내년까지 3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ESS는 전기차보다 요구 수명이 길고 가격에 훨씬 민감해 단순한 라인 전용(轉用)으로는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며 "저가 제품과 경쟁하려면 셀 단가보다 20년치 운영비를 낮추는 설계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은 아직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 ESS 신규 설치는 1.4GWh로 세계 시장의 1%에도 못 미쳤다. 전력계통 접속 대기와 화재 우려에 따른 입지 규제가 걸림돌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 달 재생에너지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한 ESS 설치 로드맵을 내놓고, 안전 기준과 계통 접속 절차를 함께 정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