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활인구' 늘리기, 숫자 채우기로 끝나선 안 된다
지역소멸 대응의 새 지표로 생활인구가 자리 잡았지만, 체류 인구를 늘리는 데만 매달리면 지역에 남는 것은 통계뿐이다.
입력 2026.07.24 17:47 · 수정 17:47· 조회 0
![[사설] '생활인구' 늘리기, 숫자 채우기로 끝나선 안 된다](https://live.staticflickr.com/65535/48230244932_6872106a22_b.jpg)
인구감소지역의 정책 성패를 가르는 지표로 '생활인구'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주민등록 인구에 더해 일정 시간 이상 머문 체류 인구까지 함께 세는 방식이다. 등록 인구만으로는 지역의 실제 활력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만큼, 지표 자체의 취지는 타당하다. 문제는 이 숫자가 어느새 목표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지자체들이 내놓는 대책을 보면 우려가 앞선다. 체류 인구를 늘리기 위한 단기 축제와 일회성 체험 프로그램, 방문 인증 이벤트가 줄을 잇는다. 하루 다녀가는 방문객도 통계에는 잡히니 예산 대비 지표 개선 효과는 확실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채운 숫자는 축제가 끝나는 순간 함께 사라진다. 지역에 남는 것은 정산서와 홍보 실적뿐이다.
생활인구가 의미를 가지려면 '머무는 이유'가 지역 안에 만들어져야 한다. 반복해서 찾아오는 사람, 두 지역에 걸쳐 생활하는 사람, 원격근무로 몇 달씩 체류하는 사람은 소비만 하고 떠나는 방문객과 다르다. 이들이 정착으로 이어지려면 의료와 교육, 교통 같은 기본 생활 인프라가 받쳐줘야 한다. 밤에 문 여는 병원이 없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지역에 체류 인구가 쌓일 리 없다.
지표 설계도 정교해져야 한다. 체류 인구를 통째로 세는 대신 반복 방문 여부와 체류 기간, 지역 내 소비의 성격을 함께 보아야 정책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 재정 배분을 생활인구 규모에 연동하는 방식도 신중해야 한다. 지표에 예산이 걸리는 순간, 지표를 관리하려는 유인이 정책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지역소멸은 축제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생활인구는 지역의 상태를 읽는 온도계이지, 올려야 할 점수가 아니다. 온도계 눈금을 문지른다고 방이 따뜻해지지는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는 숫자를 올리는 사업이 아니라, 사람이 머물 조건을 만드는 일에 예산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