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화하는 'AI 사칭 사기', 대응 속도가 밀리고 있다
목소리와 얼굴까지 흉내 내는 AI 사칭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피해 구제와 탐지 체계가 범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입력 2026.07.25 16:02 · 수정 16:02· 조회 0
![[사설] 진화하는 'AI 사칭 사기', 대응 속도가 밀리고 있다](https://live.staticflickr.com/65535/54555523188_1567778251_b.jpg)
가족의 목소리를 흉내 낸 전화, 화상통화 속 조작된 얼굴, 실제 기관 안내문을 그대로 베낀 문자. AI를 이용한 사칭 사기가 일상 가까이 들어왔다. 관련 신고 건수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분기마다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1건당 평균 피해액도 종전보다 훨씬 커졌다. 수법이 정교해진 만큼 "의심스러우면 끊으라"는 식의 개인 주의만으로 막을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문제는 대응 속도다. 사기 조직은 생성형 AI 도구를 몇 시간 만에 바꿔 가며 쓰는데, 탐지와 차단은 여전히 신고가 접수된 뒤에 움직인다. 피해자가 송금 사실을 깨닫고 지급정지를 요청할 때쯤이면 자금은 이미 여러 계좌를 거쳐 흩어진 뒤다. 금융권과 통신사, 수사기관이 각각 쥐고 있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잇지 못하는 한, 이 시차는 좁혀지지 않는다.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현행 피해 구제 절차는 계좌 이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상품권이나 가상자산으로 옮겨 간 피해에는 사실상 손을 쓰기 어렵다. 사기에 이용된 통화·영상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피해자가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구조도 불합리하다. 조작 여부 판별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공적 감정 창구를 두고, 판별 결과를 수사와 배상 절차에 곧바로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적 방어책도 서둘러야 한다. 통화 구간에서 합성 음성을 걸러 내는 기능, 영상통화의 실시간 변조 탐지 같은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사업자에게 도입 의무를 지우되, 오탐으로 정상 통화가 끊기지 않도록 기준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무엇보다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이 이런 보호 기능을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기본으로 적용받게 해야 한다.
사기는 늘 규제의 빈틈을 먼저 찾아낸다. 지금처럼 피해가 쌓인 뒤에야 대책을 내놓는 방식으로는 격차만 벌어질 뿐이다. 탐지·차단·구제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체계를, 다음 수법이 등장하기 전에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