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 교실, 태블릿보다 급한 건 교사의 준비다

기기 보급에 예산이 몰리는 사이 교사 연수와 수업 재설계는 뒤로 밀리고 있다. 도구가 아니라 수업이 바뀌어야 교육이 바뀐다.

정유진기자
입력 2026.07.27 08:06 · 수정 08:06· 조회 0
[사설] AI 교실, 태블릿보다 급한 건 교사의 준비다
▲ 수업이 끝난 뒤 비어 있는 교실

학교에 인공지능을 들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학습 이력을 분석해 문제를 골라주는 프로그램이 여러 시도에서 확대되고, 관련 예산의 상당 부분이 단말기 보급과 통신망 구축에 배정됐다. 기기가 없어 수업을 못 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기기가 있다고 수업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현장의 준비 상태는 예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교육 당국 자료를 보면 관련 연수를 15시간 이상 이수한 교사 비율은 절반에 못 미치고, 그마저도 도구 사용법 위주다. 인공지능이 내놓은 학습 진단을 어떻게 해석해 다음 수업을 설계할 것인지, 오답이 반복되는 학생을 어떤 순서로 지도할 것인지에 대한 훈련은 거의 없다. 기기 관리와 계정 문제까지 담임이 떠안는 학교도 적지 않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실패를 겪었다. 십수 년 전 전자칠판과 태블릿이 교실에 들어왔을 때도 보급률은 빠르게 올랐지만 수업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장비는 감가상각으로 사라졌고 남은 것은 유지보수 부담이었다. 도구를 먼저 넣고 활용은 교사 개인의 역량에 맡기는 방식이 반복되면 결과도 반복된다.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연수를 기기 조작이 아니라 수업 설계 중심으로 다시 짜야 한다. 둘째, 교사가 수업을 바꿔볼 시간과 협의 구조를 제도로 보장해야 한다. 수업 연구 시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 도구는 늘어난 업무 하나에 불과하다. 셋째, 학교마다 기술 지원 인력을 두어 교사가 장비 문제에 시간을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습 데이터가 쌓이는 만큼 안전장치도 함께 가야 한다. 어떤 정보가 수집되고 얼마나 보관되는지, 진단 결과가 학생을 서열화하는 데 쓰이지 않는지 점검할 기준이 필요하다. 예산 집행률과 보급 대수는 성과 지표가 될 수 없다. 아이들의 수업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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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기자 · 오피니언부에서 취재합니다.기자 구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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