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년 된 공공 전산망, 다음 사고는 이미 예고돼 있다

지자체 행정시스템 장애가 반복되는데 대응은 늘 사후 점검에 그친다. 노후 장비 교체와 보안 인력 확충이 먼저다.

정유진기자
입력 2026.07.29 00:37 · 수정 00:37· 조회 0
[사설] 20년 된 공공 전산망, 다음 사고는 이미 예고돼 있다
▲ 낡은 전산실에 서버 장비와 케이블이 뒤엉켜 있다

지방자치단체 행정정보시스템이 또 멈춰 섰다. 이번에는 민원 서류 발급이 이틀 가까이 중단되면서 전국에서 3만 건 넘는 발급 신청이 밀렸다. 원인으로는 노후 네트워크 장비의 이중화 실패가 지목됐다. 지난 3년간 비슷한 장애가 아홉 차례 반복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사고를 우연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숫자는 오래전부터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감사 자료를 보면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운용하는 정보시스템 가운데 내구연한 8년을 넘긴 장비 비율이 41%에 이른다. 도입한 지 20년이 넘은 시스템도 137개다. 그런데 지난해 공공 정보화 예산에서 노후 장비 교체에 배정된 몫은 전체의 12%에 그쳤다. 새 서비스를 얹는 데에는 돈을 쓰면서, 그것을 떠받치는 바닥은 방치해 온 셈이다.

인력 문제는 더 심각하다. 기초지자체의 평균 전산 담당 인력은 3.4명이고, 보안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따로 둔 곳은 18%뿐이다. 나머지는 홈페이지 관리부터 침해 대응까지 한 사람이 떠맡는다. 사고가 나면 원인 규명보다 복구가 급하니 같은 취약점이 이듬해에도 그대로 남는다. 사고, 대책 발표, 전수 점검 지시, 그리고 조용한 망각. 이 순환이 아홉 번 반복됐다.

행정 전산망은 이제 단순한 편의 설비가 아니다. 복지 급여 지급과 부동산 등기, 응급 이송 정보까지 여기에 얹혀 있다. 이틀의 멈춤은 누군가에게는 치료비 지급 지연이고 계약 파기다. 민간 금융회사가 같은 규모의 장애를 냈다면 곧바로 제재 절차가 시작됐을 일이다. 공공이라는 이유로 책임이 헐거워져서는 안 된다.

필요한 조치는 이미 여러 차례 제시됐다. 노후 장비 교체 예산을 별도 계정으로 분리해 다른 사업에 전용되지 않도록 하고, 기초지자체 보안 인력을 광역 단위에서 공동 운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장애 발생 시 복구 목표시간을 공개하고 이행 여부를 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문제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사고가 잠잠해지면 순위가 밀려서다.

예산 심의가 곧 시작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배선과 서버에 돈을 쓰는 일은 성과로 내세우기 어렵다. 그러나 다음 장애가 터진 뒤 다시 대책을 발표하는 것보다는 훨씬 싸다. 이번에는 순서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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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기자 · 오피니언부에서 취재합니다.기자 구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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