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병비 월 400만원 시대, 가족에게만 떠넘길 일인가

간병 부담이 가계를 무너뜨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간병을 개인의 효심 문제로 두는 한 해법은 나오지 않는다.

논설위원실기자
입력 2026.07.29 02:06 · 수정 02:06· 조회 0
[사설] 간병비 월 400만원 시대, 가족에게만 떠넘길 일인가
▲ 환자용 침대가 놓인 병동 내부

부모가 쓰러지면 가족 중 한 사람이 직장을 그만둔다. 이것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가장 흔한 노후 풍경이다. 개인 간병인을 쓰면 하루 13만원 안팎, 한 달이면 400만원에 육박한다. 웬만한 가구의 월 소득을 통째로 삼키는 금액이다. 그런데도 간병은 여전히 건강보험 밖에 있는, 각자 알아서 해결할 문제로 남아 있다.

부담의 크기는 이미 통계로 드러난다. 간병을 이유로 일을 줄이거나 그만둔 이른바 '간병 퇴직'은 해마다 늘고 있고, 그 절반 이상이 50~60대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 한창 노후를 준비해야 할 세대가 간병에 소득을 쓰고 경력을 잃은 뒤, 몇 년 지나 스스로 돌봄이 필요한 처지가 된다. 한 세대의 간병이 다음 세대의 빈곤을 예약하는 구조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병동 전체를 간호 인력이 책임지는 통합간병 병동은 가족의 부담을 크게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병상 확대는 몇 년째 제자리다. 이유는 단순하다. 간호 인력이 부족하고, 병원 입장에서는 수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인력과 재정이라는 두 가지 말하기 껄끄러운 문제를 미뤄둔 채 제도만 홍보해 온 셈이다.

간병을 효심의 영역에 두는 언어부터 바꿔야 한다. 돌봄은 가족의 도리가 아니라 사회가 감당해야 할 서비스이고, 서비스인 이상 인력과 값이 매겨져야 한다. 간병인 처우가 최저임금 언저리에 머무는 한 사람은 계속 빠져나가고, 남은 부담은 다시 가족에게 돌아온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예고된 일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요양병원 병상 수만 늘려 왔을 뿐, 누가 어떤 조건으로 돌볼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통합간병 병상 확대 목표와 재원 조달 방안을 숫자로 제시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더 미루면 비용은 사라지지 않고, 가장 약한 가계의 통장에서 조용히 빠져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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