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신규 허가 멈춘 나라 12곳
AI 수요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신규 전력공급 허가를 중단하거나 제한한 국가가 12곳으로 늘었다.
입력 2026.07.31 02:23 · 수정 02:23· 조회 0

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신규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력공급 허가를 중단하거나 제한한 국가가 12개국으로 늘었다. 유럽 8개국과 아시아 3개국, 북미 1개국이 대도시권 인근 전력 과밀 지역을 대상으로 접속 대기 제도나 총량 상한을 도입했다. 지난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전체 전력 수요의 2.4%였으나, 2030년에는 4%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제한 조치의 형태는 나라마다 다르다. 일부는 특정 광역권에서 신규 접속 신청을 3~5년간 받지 않는 방식을 택했고, 다른 나라들은 자체 발전설비나 장기 재생에너지 구매계약을 갖춘 사업자에게만 접속을 허용하는 조건부 승인 제도를 운영한다. 냉각수 사용량 상한과 폐열 재이용 의무를 함께 부과한 사례도 나타났다.
갈등의 핵심은 계통 투자 속도다. 대형 데이터센터 한 곳의 계약전력은 100~300메가와트(㎿)로 중소도시 하나의 수요와 맞먹지만, 이를 감당할 송전선로를 새로 놓는 데는 통상 7~10년이 걸린다. 그 사이 접속을 기다리는 물량이 쌓이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대기 용량이 이미 확정된 공급 능력의 3배를 넘어섰다.
한 국제 에너지 협의체 관계자는 “문제는 전기가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제때 보낼 선로가 없다는 것”이라며 “향후 5년은 발전보다 계통이 병목”이라고 말했다. 전력계통 운영을 담당하는 한 당국자는 “수요를 분산하지 않으면 특정 권역의 요금 부담이 다른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규제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전력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비수도권으로 신규 투자가 이동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지난해 신설된 대형 데이터센터 가운데 비수도권 입지 비중은 31%로, 3년 전(14%)의 두 배를 넘었다.
국내에서도 수도권 집중 완화가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거쳐 신규 데이터센터의 입지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관련 기준은 내년 초 마련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