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되풀이되는 전세보증금 사고, '반환 구조'부터 바꿔야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해마다 반복된다. 사후 구제가 아니라 돈이 오가는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할 때다.

논설위원실기자
입력 2026.08.05 04:56 · 수정 04:56· 조회 0
[사설] 되풀이되는 전세보증금 사고, '반환 구조'부터 바꿔야
▲ 해질 무렵의 아파트 단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고 금액이 올해 상반기에만 1조4000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어난 규모다. 피해자 상당수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로, 사고 한 건이 한 가구의 전 재산을 지운다. 문제는 이런 수치가 몇 해째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책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대책이 늘 사고가 난 뒤에야 작동했기 때문이다.

전세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수억원을 무담보로 빌려주는 사적 금융이다. 그런데 이 거래에는 은행 대출이라면 당연한 절차가 빠져 있다. 빌려주는 쪽은 상대의 부채 규모도, 다른 세입자에게 이미 얼마를 받았는지도 알기 어렵다. 집값이 오를 때는 이 공백이 드러나지 않지만, 시세가 꺾이는 순간 곧바로 사고로 이어진다. 지금의 피해는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제도의 설계에서 비롯된 것에 가깝다.

따라서 손봐야 할 것은 사후 구제가 아니라 돈이 오가는 구조다. 우선 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을 임대인의 의무로 돌리고, 보험료도 임대인이 부담하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 세입자가 스스로 알아보고 가입하는 방식으로는 정보에 어두운 사람이 먼저 당한다. 일정 금액을 넘는 보증금은 제3자 예치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더 미룰 이유가 없다.

정보 공개도 함께 가야 한다. 해당 주택에 걸린 선순위 채권과 다른 임차인의 보증금 총액은 계약 전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계약 단계에서 열람하도록 한 조치는 방향이 옳았지만, 여전히 세입자가 요구해야 볼 수 있는 구조다. 확인의 부담을 계약서를 쓰는 사람에게만 지워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는 전세 의존도를 낮추는 일이 불가피하다. 다만 월세 전환을 시장에만 맡기면 주거비 부담이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옮겨 간다. 공공임대 물량 확대와 월세 세액공제 확대가 같은 속도로 따라붙어야 하는 이유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피해자를 세는 일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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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 기자 · 오피니언부에서 취재합니다.기자 구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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