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년 넘은 수도관 40%, 땅속으로 새는 물이 연 6억t이다

누수로 사라지는 수돗물이 해마다 6억t을 넘는다. 요금 인상 논의에 앞서 노후관 교체를 국가 인프라 사업으로 다뤄야 한다.

논설위원실기자
입력 2026.08.21 06:18 · 수정 06:18· 조회 0

전국에 깔린 상수도관 24만km 가운데 설치된 지 30년이 넘은 관로가 40.2%에 이른다. 이 낡은 관에서 새어 나가는 물이 한 해 6억2000만t, 금액으로 환산하면 6800억원어치다. 정수장에서 생산한 물의 상당량이 수도꼭지에 닿지도 못한 채 땅속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누수는 요금 손실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로가 터지면 도로가 내려앉고, 압력이 떨어진 관으로 오염물이 역류할 위험도 커진다.

문제는 지역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는 점이다. 특별·광역시의 유수율은 평균 95.1%인 반면 군 지역은 68.4%에 그친다. 생산한 물의 3분의 1을 흘려보내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인구가 줄어 요금 수입이 감소한 지역일수록 관로가 낡았고, 낡은 관 탓에 손실이 커져 다시 재정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굳어져 있다.

근본 원인은 재원 구조에 있다. 전국 평균 수도요금 현실화율은 72% 수준으로, 물을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다. 여기에 상수도 사업이 기초지자체 단위로 쪼개져 있다 보니 교체 예산은 늘 다른 사업에 밀린다. 도로와 청사는 눈에 보이지만 땅속 관로는 터지기 전까지 표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노후관 교체 예산 집행률이 60%대에 머문 지자체도 여럿이다.

그렇다고 요금 인상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인구 3만 명 안팎의 지자체가 자체 요금으로 관로를 갈아 끼우기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 광역 단위 통합 운영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국고 보조 배분 기준을 '요청 순서'가 아니라 관로 노후도와 누수율 같은 객관적 지표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교체 실적이 좋은 지자체에 다음 해 재원을 더 주는 성과 연동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관로 상태를 상시로 파악하는 체계다. 매설 연도와 재질, 누수 이력이 표준화된 대장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어디를 먼저 갈아야 할지조차 알 수 없다. 지금은 사고가 난 자리를 메우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땅속 인프라는 한 번 무너지면 복구 비용이 예방 비용의 몇 배가 된다. 교체 주기를 관리하는 일을 더 미룰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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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 기자 · 오피니언부에서 취재합니다.기자 구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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