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 다시 팔린다…상반기 시 분야 판매 38% 늘어
올 상반기 시집 판매가 지난해보다 38% 증가했다. 짧은 글을 찾는 독자와 소규모 출판사의 실험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입력 2026.07.09 07:08 · 수정 22:55· 조회 1,291
올 상반기 시 분야 도서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서점 업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문학 판매가 6%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수치다. 20~30대 구매 비중은 51%로 처음 절반을 넘겼다.
판매를 이끈 것은 소규모 출판사의 얇은 시집들이다. 100쪽 안팎에 손바닥만 한 판형, 1만원 안팎의 가격대가 공통점이다. 한 독립출판사가 올봄 펴낸 시집 ‘여름을 접는 법’은 초판 800부로 시작해 5쇄를 찍었다. 편집자들은 “한 번에 다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이라는 점을 앞세운다.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시 한 편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하거나, 낭독 영상을 짧은 클립으로 올리는 흐름이 자리 잡았다. 한 대형서점 문학 담당 MD는 “긴 소설을 완독할 시간은 없는데 문학은 읽고 싶다는 독자가 늘었다”며 “시집이 그 틈에 정확히 들어왔다”고 말했다.
동네서점의 역할도 컸다. 전국 독립서점 가운데 시 낭독 모임을 정기적으로 여는 곳이 300곳을 넘어섰다. 한 지역 서점 운영자는 “여덟 명이 모여 한 시간 동안 시 다섯 편을 읽는다. 그러고 나면 대부분 그 시집을 사 간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 규모 자체는 여전히 작다. 시 분야는 전체 도서 판매의 2% 남짓이고, 시집 한 권의 평균 판매 부수는 1,200부 수준이다. 한 출판평론가는 “증가율이 커 보이는 건 바닥이 낮았기 때문”이라면서도 “독자가 스스로 찾아온 흐름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반짝 유행과는 결이 다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