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이상 '조건부 운전면허' 시범 도입…야간·고속도로 제한
인지능력 검사 결과에 따라 야간 운전과 고속도로 주행을 제한하는 면허가 내년 상반기 4개 지역에서 시범 시행된다.
입력 2026.08.05 04:56 · 수정 04:56· 조회 0

7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야간 운전이나 고속도로 주행을 제한하는 ‘조건부 운전면허’가 내년 상반기 4개 지역에서 시범 도입된다.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4만2000여건으로 5년 전보다 34% 늘었고,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8%로 높아졌다.
고령 운전자 증가 속도는 예상보다 가파르다.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지난달 처음으로 500만명을 넘어 전체 면허 소지자의 14.6%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75세 이상은 128만명으로 3년 새 41% 늘었다. 고령 운전자 사고의 치사율은 100건당 2.3명으로 전체 평균의 1.6배 수준이다.
시범 사업은 적성검사에서 인지능력 저하가 확인된 운전자에게 곧바로 면허를 취소하는 대신, 운전 조건을 단계적으로 두는 방식이다. 1단계는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야간 운전 제한, 2단계는 고속도로·자동차전용도로 주행 제한, 3단계는 거주지 반경 이내 운전만 허용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조건을 어기면 범칙금이 부과되며, 6개월마다 재평가를 거쳐 조건을 완화하거나 강화한다.
경찰 관계자는 “면허를 전부 반납하게 하는 것보다 위험한 시간대와 도로만 걸러내는 편이 사고를 줄이면서 이동권을 지키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 농촌 지역 주민자치 관계자는 “버스가 하루 네 번 다니는 마을에서 야간 운전을 막으면 병원 갈 방법이 없다”며 “대체 교통수단부터 마련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시범 지역은 대도시 2곳과 군 단위 2곳으로 다음 달 확정된다. 정부는 시범 기간 중 수요응답형 교통수단 운행을 늘리고, 면허 반납자에게 지급하는 교통비 지원금도 현행 1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